연애를 하기는커녕 일면식도 없던 외국인 둘이서 처음 만난 날 곧바로 혼인 신고서에 서명을 했고 사흘 후 합동결혼 식을 통해 가정을 이뤘다. 나는 자라면서 그런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 같았다. 엄마와 아빠의 결혼이 개인적으로도 이상한 선택이지만,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마다 언제나 나를 붙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 동생들. 내가 동생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을까? 예쁘고 반짝이는 동생들을 보면서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유 같은 것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 누구에게서 어떠한 방식으로 태어났든,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