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아야지.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지난 1년간 어느 때보다 오 대리를 귀찮게 했다. 목욕탕에 같이 가서 때를 밀어 달라고, 삼각지역 앞에서 파는 붕어빵을 신림동까지 사다 달라고, 오장동에 가서 회냉면을 먹자고, 오 대리가 집에서 나가려 하지 않자 자꾸만 그렇게 성가시게 굴었다. 그리고 말했다. 산 사람은 산다. 오 대리는 그 말이 싫었다.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할머니, 산 사람은 살기도 하지만 죽기도 해. 죽은 사람이 죽는 거 봤어? 산 사람이 죽기도 하는 거라고. 그때는 산 사람이 살아서 죽는 걸 돕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럼, 형편없지. 근데 세상도 형편없어. 아주 엉망이야. 똥 같아. 그니까 네 맘대로 더 형편없이 굴어도 돼." 잠시나마 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