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기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은주는 사람을 사랑했다. 그러므로 그녀는 사람을 미워했다. 나 또한 그런 은주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은주를 증오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킬 때는 주저하지 말고 숨을 쉬자. 타인을 실망시켰다는 절망이 목을 조여 오지 못하도록, 들이 쉬고 내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내가 또 네 마음의 허리를 꺾었구나, 이 세상이 오와 열에 맞추어 잘 굴러갈 수 있게끔 헌신하는 사람을 내가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 해도 이 모든 잘못에 이름표를 붙여줘야 한다면, 오영이라고 적어야만 했다. 오늘의 나는 지난 기념일에 수원과 맞춘 커플 속옷을 입었다. 은주가 선물해 준 노란 셔츠도 입었다.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겉껍질을 만들었으니, 알맹이만큼은 나의 선택으로 바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