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책! 에세이로 결정~!
큰 뜻이 있어 고른 책은 아니다. 그저 빌려놓고 방치하던 책을 갑자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그래도 에세이 좋지 않나요? 술술 읽히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알 수 있고.
난 스스로 미적지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뭐든 크게 호오가 없고 흐릿하달까.
그래서 뚜렷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색이든 캐릭터든, 크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 대상만 봐도 상대가 생각나고는 하니까.
만화도 그렇다. 난 만화를 꽤나 좋아하는데 오타쿠에는 미치지 못한다. 떡잎 오타쿠라고나 할까..
일단 그 긴 이야기를 따라가기 너무나 벅차고, 난 오글거리면 웃음이 난다!!
(고등학교 때 하이큐 애니를 보다가 '믿고 있다고, 너네를'이라고 말하는 오이카와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하차함) 대신 오타쿠 친구는 제법 많음. 그들이 나를 오타쿠와 일반인 그 사이 무언가로 만든 것이죠.
그나마 23년도에 슬램덩크 극장판을 보고 오타쿠와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았으나... 더이상 슬램덩크가 나올 일은 요원해보인다. (이노우에씨 극장판 2기 주세요. 빨리요.) 사실 슬램덩크도 같이 본 사람들 없었다면 이만큼 안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슬램덩크,,넌 나에게 이용당한 거야. 내 사회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 거라고..
하여간 난 오타쿠 친구들을 제법 좋아함. 무언가 그렇게 좋아할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것을 위해 자본과 시간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나는 못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저자는 대단하다. 읽다보면 만화를 정말 사랑한다는 생각이 든달까.
책에서 언급된 작품이(만화 외 매체 포함) 150개 가까이 이른다.
어떻게 이 많은 것을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거야..? 내가 오타쿠가 되지 못하는 이유 또 하나 추가... 기억력이 좋지 않음.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싫어질만도 한데 이렇게 애정을 가질 수 있다니.
무언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나도 일을 이렇게 빛나면서 하고 싶어.
밑줄 긋기
짜장면 배달의 생명이 속도라면,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속도도 속도짐나 먼길을 가보자는 뚝심 비슷한, 각오라기엔 조금 거창한 마음. 이 만화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중간에 재미없어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채김져본다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멀고 먼 길을 가는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은 성장한다. 더 재밌어지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으로 모습을 달리해 독자를 넘어 더 많은 이들을 만나러 가기도 한다. 그럴 땐 꼭 작품이 살아 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나도 1권을 편집할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으로 성장과 성숙 사이 어디쯤으 걸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아주 많이는 아니고, 이제 이런 실수는 안 하는구나, 싶은 정도?
나는 애초에 단점을 고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단점은 고쳐봤자 마이너스에서 제로가 될 뿐이다. 대신에 장점을 찾아서 그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마구 개발하는 방법을 택했다. 후자는 플러스가 아니라 곱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혹시라도 내가 무언가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거라 생각한다.
근데 그런 식으로 생각은 해도, 앞으로 자기 비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가 못한다는 사실이 짜증나고 견딜 수 없으니 내 마음 편하려고 자기 비하를 하는 건데 앞으론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작가님들은 무능하고 믿을 수 없고 짜증나는 사람에게 원고를 맡기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 작가님들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는 내가 나를 일부러 몰아가고 비난하는 일은 삼가려고 한다.
그치만 돈 되는 게 뭔지 감도 없고, 편집자의 기본인 교정 교열도 잘 못 보고, 하물며 딴짓하는 데나 일가견이 있는 나지만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째선지 들지 않는다. 만화 말고 다른 건 할 수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만화 말고 다른 건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마음은 뭘까? 그냥 우물 속에 안주하고 싶은 안일함? 타고나길 시대의 흐름을 탈 줄 모르는 아둔함? 만화를 하는 이 마음은 미련일까? 끈기일까? 집착일까? 집념일까? 고민이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부터 만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나는 내 고민이 덧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를 백 퍼센트로 믿고 있다는 작가님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됐으니 백날 해봐야 돈 한푼 안 나오는 별 시답잖은 생각은 그만두고 밥값을 하러 가야 한다. 결국 만화를 하다보면 이 곰니에 대한 답이 나올 거이다.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만화 편집자 필요 없다는데 뭐 어쩌겠어, 하고 배 째라고 누워 있는 상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화 편집자가 필요하다고 나서서 증명할 필요가 없다. 대신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작가님과 함께 재밌는 만화를 만들고, 책을 내면 되는 것이다.
힘을 안 들였는데 뭔가를 성취할 리 없다. 간혹 거저 얻는 경우도 있긴 있다. 그런데 사람이란 좀 이상해서 힘을 안 들이고 뭔가를 성취하면 되레 불안해진다.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에 뽀록날까봐 불안해진다. 그래서 다를 기를 쓰고 애를 쓰고 사는 것이다. 물론 힘만 들이고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가 더 많다. 그건 정말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일이지만 오히려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이 힘을 잔뜩 들였는데 그에 걸맞은 성취까지 한다. 이러면 이제 이 사람은 큰일난 거다. 거대한 성취감을 넘어 가학적인 만족감에 한번 젖어들면 사람은 좀더 이상해진다.
힘들어. 근데 재밌어. 힘들다니까. 그래도 재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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