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세상 모든 바다
롤링 선더 러브
전조등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교양
로나, 우리의 별
태엽은 12와 1/2바퀴
무겁고 높은
팍스 아토미카
최근에는 본 적 없지만 가끔 공항철 차내 모니터에 책 광고가 송출될 때가 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도 그렇게 본 책 중 하나다. 한참 광고 볼 때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나? 싶었는데 어느순간 인기가 훅 뛰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내가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 중 하나를 골라 읽게 된다. 읽을 것이 없어서,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서와 같은 이유는 아니다. 무엇이 사람들의 흥미를 끓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중픽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모든 단편을 빠르게 읽었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이야기, 살면서 수시로 느끼지만 살기 바쁘다며 쉽게 넘어가버리고 마는 것들. 나는 소설 속에서 너무 현재의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면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밑줄긋기
좋아한다고 입 밖으로 내는 기분은 낯설지만 산뜻했다. 어쩌다 세모바에 대해 주변인과 대화할 때에도, 보통은 '대단하다'라거나 '새롭다' 같은 의견을 나눌 뿐이었으니까. 오래전의 여자친구에게 좋아한다고 처음 말했던 순간 그녀가 더 좋아진 것처럼, 나는 새삼 세모바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 세상 모든 바다
지금은 펼치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는 그 세계지도에서, 세상의 모든 바다는 분명 이어져 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이 다소 무섭다. 바다를 등지고 아무리 멀리 가도, 반드시 세상 어떤 바다와 다시 마주치게 될 테니까. 그 불편한 예감에 시달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오래전 지하 소극장에서 본 오타쿠들이 떠오른다. 그 기모이한 오타쿠들의 열렬한 구호. 가치코이코죠. 진짜 사랑 고백.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좋아... 그것도 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 세상 모든 바다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 롤링 선더 러브
모든 것이 은총처럼 빛나는 저녁이 많아졌다. 하지만 맹희는 그 무해하게 아름다운 세상 앞에서 때때로 무례하게 다정해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 마음이 어떤 날에는 짐 같았고 어떤 날에는 힘 같았다. 버리고 싶었지만 빼앗기기는 싫었다. 맹희는 앞으로도 맹신과 망신 사이에서 여러 번 길을 잃을 것임을 예감했다. 많은 노래에 기대며. 많은 노래에 속으며.
- 롤링 선더 러브
그는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모두가 곧잘 따라 불렀다. 무언가를 가져보기 전에 도둑맞는 게 가능한지 생각했다.
- 전조등
은재는 읽고 생각하고 쓸 수 있었다.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흡수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지성'을 갖고 있었다. 곽은 자신이 알아본 은재의 역량을 대학에서도 알아보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도, 진정 귀한 것은 지성 그 자체이며 그에 비하면 대학 합격증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 보편교양
로나가 처음부터 붉은 도브를 경매에 부쳤다면 어땠을까. 열 배의 판매금으로 열 명의 빵또아를 도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눈 내리는 12월 31일, 로나가 진부하지만 엄연한 가난 앞에 발걸음을 멈췄을 때부터, 천 명의 손을 거쳐 붉은 도브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에는 효율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메시지가 있다.
- 로나, 우리의 별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로나, 우리의 별
그는 누군가를 먹이려면 피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도마 앞에 서서 뒤늦게 배워갔지만 그 기분이 싫지는 않았다.
- 태엽은 12와 1/2바퀴
하늘이 맑았다. 눈밭은 하얬고 바다는 파랬다. 음식 냄새를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이었다. 미안한 일에 사과하고 고마운 일에 인사하기. 마주앉아 밥을 먹고 나란히 서서 사진 찍기. 그러려면 때맞춰 울리는 알람이 필요하다는 느낌. 한시에는 한 번, 열두시에는 열두 번의 종소리가 울리도록. 돌아가면 오른쪽 태엽을 감아보고 싶었다.
- 태엽은 12와 1/2바퀴
무거운 걸 들면 기분이 좋아?
그렇게 묻는 남자애가 있었다. 들지 못하던 것을 들면 물론 기뻤다. 하지만 버리는 기분은 더 좋았다. 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좋았다. 온몸의 무게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 아주 잠깐, 두 발이 떠오르는 것 같은. 송희는 그 느낌을 비밀로 남겨두었다.
- 무겁고 높은
버리려면 들어야 했다. 버리는 것과 떨어뜨리는 것은 아주 달랐다.
- 무겁고 높은
방해하는 사람은 없어.
그래. 사실 언제나 없었지. 적어도 역도대 위에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도 말리지도 않았어. 송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들었거나, 내가 들지 못했을 뿐.
이상하게 말이야.
송희는 그렇게 말하며 바벨에 원판을 더 꽃았다. 그 것은 100킬로그램이 되었다.
이제 아무도 밉지가 않아.
- 무겁고 높은
나는 조금 이상해짐으로써 아주 이상해짐을 막기로 했다.
- 팍스 아토미카
누구도 누구를 치유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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