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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문장 쓰는 법(김정선)

sole-ly 2025. 3. 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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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문장 쓰는 법


내 글재주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정체됐다. 생각이나 말로는 술술 나와도 막상 적으려고 하면 사고가 딱 멈춰버리는 게 너무 답답해 읽어봤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초반부에 문장을 끊지 말고 이어서 쓰는 것 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이었다. 늘 작법서를 보면 이해하기 쉽고 짧게 쓰라고 적혀있는데 나는 겹문장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조언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지로 끊어놓으면 항상 흐름이 뚝뚝 끊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에게 겹문장을 허용해줘서 너무나 기뻤다.

저자는 글쓰기를 나만의 것을 모두의 언어로 설명하는 과정이라 표현한다(정확X). 혼잣말하듯, 친구에게 말하듯 써내려가면 독해도 어렵고 경우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뿐더러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막상 제공해야할 정보는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 내 얘기라 깜짝 놀랐다. ㅎㅎ

그치만...난 혼잣말이 좋다(?)

밑줄 긋기


문장 쓰는 연습이 되기 때문입니다. 짧은 문장을 나열하기만 해서는 문장을 연이어 쓰면서 내용을 이어 가는 훈련이 되지 않죠.

문장을 끊지 않고 쓰게 되면 어떻게든 내용을 이어가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접속사를 통해 문장 안에 시간이 흐르도록 만드는 요령을 익힐 수도 있고요. 그뿐인가요. 복잡하고 긴 문장을 쓰면서 자연히 여러 개의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도록 신경을 쓰게 되니 주술 호응 문장을 쓰는 훈련도 함께 할 수 있는 거죠.

예전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글다듬기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수강생이 낸 글 중에 영화를 보고 쓴 짧은 글이 있었는데, 흠 잡을 데 없는 그 글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본 영화와 비슷한 기법의 다른 영화를 거론하기도 하고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까지 평하기도 한 제법 깊이 있는 글이었는데 정작 자신이 본 영화의 제목을 언급하지 않은 겁니다. 이런 사례는 책을 읽고 쓴 서평에서도 종종 발견되곤 했죠. 내가 본 걸 쓰는 건데 해당 영화나 책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뭐 있어 하는 자세로 쓴달까요. 말하자면 '나만의 것'에서 '모두의 언어'로 완벽하게 옮겨 가지 못한 채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죠.

원래의 글을 절반 분량으로 줄이거나 두 배로 늘일 때 우리가 감안해야 하는 건 내용만이 아니라는 거죠. 가령 원래의 글에서 열 가지 이야기를 거론했으니 반으로 줄인다면 다섯 가지만 거론하고, 두 배로 늘인다면 스무 가지를 늘어놓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자칫 전혀 다른 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글을 줄여 쓰거나 늘여 쓸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건
외려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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