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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그런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안전은 언제든 위협을 받습니다. 그럴 때는 나를 지켜주기 위한 경보 신호가 울리기도 하고, 그 후유증이 남아 오래 가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나의 생명이 걸린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지금의 내가 갖고 있는 것,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도 하죠. 그게 사람이란 존재의 특성입니다.
이처럼 불안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반응이 옵니다. 일단 반응하고 보는 게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신중하게 분석하느라 달려오는 개를 막지 못하면 다칠 수도 있잖아요. 먼저 반응하고 보는 게 생존에 확실히 유리합니다. 그러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판단해라,라는 말이 불안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70 정도 긴장하면 될 일을 100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위험한 게 아닌데 상황을 잘 못 판단하는 일이 있다는 거죠. 이게 첫번째, 과잉 측정입니다.
두번째는 나의 반응입니다. 이번에는 70으로 정확하게 판단했어요. 그런테 내 몸이 100의 스트레스를 겪는 것처럼 과잉 반응하는 겁니다.
(...)
남는 게 모자라는 것보다 났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이 계시죠. 그런 분들이 대부분 자동적으로 과하게 반응하다 지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과잉 평가와 과잉 반응, 두가지 중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불안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2012년 스카이다이빙 중 자율신경계의 반응성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지금 당장 스카이다이빙을 해보라고 한다면 잔뜩 긴장해서 가슴이 미친 듯이 뭘 거예요. 이건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매일같이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프로 스카이다이빙 선수들은 어떨까요? 카메라를 향해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다보면 그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을 것 같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지도 않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프로 선수들도 뛰어내리는 그 순간에 일반인들과 똑같이 분당 150회 이상 심장이 뛴다는 거예요. 한쪽은 무서워서 심장이 뛰는 것으로 해석하고, 다른 한 쪽은 재미있겠다며 몸이 흥분된 상태로 인식하는 겁니다.
딱 두가지로 갈린다는 흑백논리나 하나를 알면 모두를 알 수 있다고 지나치게 빨리 예단해버리는 과잉일반화. 내 앞에 놓인 일들이 모투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믿는 재앙화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스쿨버스에 치일 뻔한 사람이 노란색 차만 보면 움찔 놀라고 겁을 먹는 사례도 이와 같은 인지왜곡의 한 예입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두가지 가장 큰 성격 카테고리로 나눌 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향성은 주로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신경전달 물질과 높은 연관성을 갖는 경향이 있고, 외향성은 도파민(dopamin)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세로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경우 우울, 불안 수치가 높아지는데요, 이러한 세로토닌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민감, 예민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위에서 설명한 매우 민감한 사람은 극내향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욕구와 욕망을 잘 분리해서 볼 줄 아는, 그렇게 보려고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확인합니다. 수입이나 일자리, 주거, 저변 관계를 둘러보면서 최고한의 안전이 확보되어 있는지 말입니다. 그 과정이 '최소한의 '욕구'가 충족되어 있는지 가늠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 인해 우리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죠. (...) 이제 그 기반 위에서 '욕망'을 바라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왜 바라는지, 얼마나 바라는지 말입니다. 뭔가를 추구하다가 실패해도 최소한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오늘 밥을 굶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상태에 경험한 불안은 위협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마음가짐은 '수고하고 있어'하고 자신을 다독이는 한편 '지치치 않고 꾸준히 하자'는 패기입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축적의 힘을 믿습니다. 번아웃을 두려워하기 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내가 만일 이유와 의미를 찾기 위해 지나치게 애를 쓰고 있다면 그건 정말 답이 나올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아니라, 그저 내 불안을 줄이기 위한 안간힘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니 의미와 이유 찾기에 쓸 시간에 일단 일어날 일을 받아들이고 재빨리, 또 적절히 대응하고 다음 단계로 가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에너지 배분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생활 리듬, 생리적으로 배고프다 졸리다 하는 것들은 내가 어덯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이 리듬이 깨진다는 것은 몸과 마음에 다 위험한 신호라는 점을 기억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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