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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나도 죽었다(주제 루이스 페이쇼투)

sole-ly 2025. 5. 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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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나도 죽었다(Morreste me)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상실 속에 있는 우리의 일상과 겹쳐 보이기에 작가의 글이 더 다가온다.” 그의 글은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잃어버린 지금의 우리에게 떠오르는 해와 같은 여운을 주는 멋진 글이다. [당신과 함께, 나도 죽었다] Morreste-me는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경험을 시적이고 철학적으로 그린 그의 첫 번째 작품으로, 포르투갈 Visao에서 ‘21세기 첫 십 년의 책’에서 열 권 중 한 권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저자
주제 루이스 페이쇼투
출판
다원티앤에스
출판일
2020.12.23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적은 책. 시처럼 느껴지는데 분류상 장르는 소설이다. 자전적 소설인 걸까. 

아버지가 병원에 있을 때부터 가족을 떠난 이후까지의 감상이 담겨있다. 내 눈물 치트키가 가족이기 때문에 먹먹하게 읽었다. 

근데 존대하다가 안하다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좀 내 블로그 말투 같아서 동질감을 느낌.

 

밑줄 긋기


나는 당신의 야윈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아직 살아있는 당신의 피부에서,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조차 믿지 않는 것을 말했습니다. 

 

황달에,

숨이 가쁜 당신의 눈에

당신과 우리가 다시

이전과 같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진실한, 당신은,

내가 결코 잊어버릴 수 없을 애절한 눈빛으로,

대답해 주셨습니다.

-

 

순백의 빛이 내 위로 울며 흐릅니다.

그리고 다시는 들을 수 없을 당신의 목소리,

당신 음성의 메아리를 듣습니다.

영원히 침묵할 당신의 목소리.

그리고, 잠드는 것처럼,

다시는 뜨지 않을 눈 위로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봅니다.

영원히 감겨있을 당신의 눈.

그리고, 갑자기, 숨이 멈춥니다.

 

영원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버지.

당신이 살아간 모든 것이 나를 아프게 합니다.

 

아버지. 결코 있지 않을 겁니다.

-

 

저는 떠납니다.

당신이 남긴 것들을 향해 떠납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흔적입니다.

 

당신으로부터 출발해,

당신의 길을 여행하고, 당신의 이야기에서 달리고

나를 잃어버리고 나와 어긋나고 태어나고, 죽고,

 

당신으로부터 출발하고

당신이 두고 간 어둠 속에서 여행하고 도착합니다.

마침내 당신에게 도착합니다.

-

 

네, 아버지, 해내셨어요. 모든 것을 해내셨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제게 주셨어요.

저를 만드셨고 당신의 손이 닿는 것에 희망을 세워주셨어요. 

그리고 나를 마지막으로 보고, 나를 본다.

어린아이의 육체와 바람을.

-

 

고무장화는 우리가 둔 곳에, 괭이와 씨앗 사이에,

마치 언제라도 당신이 문을 열어 다시 신을 수 있는 것처럼

그대로 남아있다.

 

당신이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아요.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고

끔찍한 비밀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온 하늘로,

온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아침에 고립된 고통을 느낀다. 

-

 

당신의 음성은 '네가 제대로 해보렴. 얘야'라고, 말합니다.

염려 마세요, 아버지.

제가 잘해볼게요.

 

아버지,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가 잘해볼게요. 그리고 그럴 거예요.

 

도로에 오전이 남긴 자취에 밤이 찾아온다.

내 눈이 보고 있는 곳에 태양빛이 흘러내린다.

당신이 약속하셨던, 우리를 위해 계획하셨던, 

수개월 일하셔서 마련한 밴이, 나를 이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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